호밀밭의 파수꾼
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홀든은 우리 모두이기도 하고 특별한 누군가이기도 하다
홀든의 방황은 누군가는 겪어본 적 있을 법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홀든의 모든 행동은 이해 할 수 없을 것 같다가도 사실은 그 모든 과정들을 나 역시도 겪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때 당시에 사회적 환경 속에서 많은 영향을 끼쳤겠지만, 지금의 우리에게 있어서는
그저 이렇게 외로워하고 고통 받고, 온갖 어려움에 닿은 인간이
즉, 나보다도 더 안 되었고 가여운 인간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 받는다
우리는 홀든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스스로가 겪는 방황에 머리가 아프다면 한 번은 홀든과 만나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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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렇지만 이 박물관에서 가장 좋은 건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제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누구도 자기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10만 번을 보더라도 에스키모는 여전히 물고기 두 마리를 낚은 채 계속 낚시를 하고 있을 것이고, 새는 여전히 남쪽으로 날아가고 있을 것이다. 사슴은 여전히 멋진 뿔과 날씬한 다리를 보여주며 물을 마시고 있을 것이고, 젖가슴이 드러난 인디언 여자는 계속 담요를 짜고 있을 것이다.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유일하게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우리들일 것이다. 나이를 더 먹는다거나 그래서는 아니다. 정확하게 그건 아니다. 그저 우리는 늘 변해간다.
2.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유명 인사라는 걸 너무 의식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연기를 잘 하기는 했지만, 너무 잘했다고 하는 편이 맞는 설명일 것이다. 한쪽이 뭐라고 대사를 중얼거리면, 상대방이 재빨리 대사를 받아 웅얼거렸다. 그 모습은 사실 사람들은 남의 말을 가로채면서 떠들어대기 일쑤니까, 실제 생활과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실제 생활과 너무나도 비슷하게 말을 가로채면서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연기는 마치 빌리지에서의 어니의 피아노 연주와 비슷한 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나치게 무언가를 잘한다면, 자신이 조심하지 않는 한,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에게 더 이상은 잘한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3.
선생님은 다시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금 네가 떨어지고 있는 타락은, 일반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좀 특별한 것처럼 보인다. 그건 정말 무서운 거라고 할 수 있어. 사람이 타락할 때는 본인이 느끼지도 못할 수도 있고, 자신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거야. 끝도 없이 계속해서 타락하게 되는 거지. 세상을 살아갇 보면, 인생의 어느 순간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환경이 줄 수 없는 어떤 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네가 그런 경우에 속하는 거지.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찾을 수 없다고 그냥 생각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4.
자꾸만 아래로 아래로 꺼져 내려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지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난 바보처럼 땀을 비오듯 흘리고 있었다. 셔츠니, 속옷이니 온통 땀에 흠뻑 젖어버렸다. 그 순간 나는 정말 엉뚱한 짓을 하기 시작했다. 길모퉁이에 다다를 때마다 동생 엘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믿기 시작한 것이다.
"앨리, 날 사라지게 하지 말아줘. 앨리. 날 사라지게 만들지 마. 앨리. 제발, 부탁이야. 사라지고 싶지 않아."
그러고는 내가 사라지지 않고, 무사히 길을 건널 때마다 앨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