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고 있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다시 읽으면 내 글이 아니게 될 때가 있다.

그러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천천히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감정선을 되찾아야 한다.

다시 읽다 보면 어긋나고, 내가 원했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그 글을 쓰게 시작한 순간부터는 일단 이야기는 완성되어야 한다.

끝내지 못한 이야기들은 계속 나를 기다리고 그 순간에 영원히 잠들어 나 혼자만 기억하게 되니까.

다시 읽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또 다시 나이더라도, 그 글들은 완성 되어야만 한다.


장편 하나를 공모전에 내보고, 단편 하나를 두 달 내내 붙잡고 고치다가 기분 내키는 대로 단편 하나를 뚝딱 완성시켜 버리고

그 다음 단편은 내내 손에 잡혀 나아갈 길이 보이지가 않는다. 어디서부터 고쳐야 하는 지도 잘 모른다. 쓰다가 놓치면 다시 읽고 쓰다가 놓치면 다시 읽는다. 이럴 때는 이게 내가 쓴 글이 맞긴 맞는 건가 하는 의심이 든다. 정해진 길 없이 계속 쓰여지는 걸 보면 내가 쓴 게 맞긴 맞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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