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엘레나 페란테 (2/16)
"그래. 네가 나에게 그렇게 하겠다고 맹세하게 했잖아."
안토니오가 헐떡이며 말했다.
"맹세하라고 했어. 절대로 혼자 있게 하지 말라고. 그 말을 듣고 나는 새 옷까지 해 입었지. 솔라라의 마누라에게 돈까지 빌려야 했어. 어떡하든 네 마음에 들고 싶어서. 네 말대로 해주려고 한순간도 어머니와 동생들 곁에 머무르지 않았어. 그런데 그 대가가 뭐지? 넌 나를 개새끼만도 못하게 대했어. 시인의 아들 놈과 이야기하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잖아. 너는 나를 친구들 앞에서 비참하게 만들었어. 바보 천치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난 네게 아무것도 아니야. 너는 제대로 교육받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했으니까. 난 네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해. 정말이야. 이런 젠장. 나를 봐, 레누. 내 얼굴을 좀 봐. 너는 나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내가 너를 포기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그렇지 않아. 너는 뭐든 다 아는 척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너와 함께 저 문밖으로 나간 뒤에도 학교에서든 어디서든 네가 저 병신 같은 니노 사라토레를 다시 만나면 널 내 손으로 죽여버릴 거야, 레누. 맹세코 널 죽여버릴 거야. 그러니까 잘 생각해. 아니면 차라리 지금 당장 나와 헤어지는 것이 나아!"
안토니오는 절망적으로 외쳤다.
"그 편이 네게 더 나을 거야."
<중략>
막연하게나마 내겐 안토니오의 그런 공격적인 행동이 필요했었던 것 같다. 내 손목을 잡은 그의 악력과 폭력에 대한 두려움, 고통스럽게 쏟아내는 그의 비난은 궁극적으로 내게 위안이 되었다. 적어도 안토니오만은 나를 정말 소중히 여기는 것 같았다.
"아파."
내가 속삭였다. 안토니오는 손의 힘을 약간 뺐다. 하지만 여전히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나를 계속 쏘아보고 있었다. 자신의 말에 무게와 권위를 부여하고 나를 자신에게 구속시키고 싶은 마음에 내 손을 어찌나 콱 잡았는지 손목이 보랏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어떻게 할 거야?"
안토니오가 물었다.
나는 다소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너와 함께 있을래."
내 말에 안토니오는 입을 다물었다. 눈에 눈물이 차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는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잠시 바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정말?"
"그렇다니까."
"왜?"
"왜냐하면 나는 너를 아니까. 너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함께 학교에 다니니까."
그 순간에는 나를 안다는 뜻이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 나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나와 함꼐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자신은 그런 짓을 할 수 없다는 그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길 저편에서 마리사가 약속에 늦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저기 네 애인이 온다."
내가 말했다.
알폰소는 뒤돌아보지 않고 어깨를 으쓱해보이고는 중얼거렸다.
"학교에 돌아와. 부탁이야."
"난 아파."
나는 힘주어 말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니노의 동생과는 인사 한마디도 나누고 싶지 않았다. 그를 떠오르게 하는 모든 것이 나를 괴롭게 했다. 하지만 알폰소의 아리송한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길을 걸으면서 그의 말을 되씹어보았다. 알폰소는 나라는 사람을 알고 함께 대화하고 같은 책상에 앉기 때문에 자신의 아내가 될 사람에게 자신의 권위를 폭력으로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거리낌 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두서없이 말하기는 했지만 알폰소는 내가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고 내게 그의 행동을 변화하게 할 만한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하지 않고 인정한 것이다. 여자인 내가 사내인 자신에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네게 또 손찌검을 했어?"
릴라가 얼굴을 매만졌다.
"아니, 이건 예전에 맞은 자국이야."
"그러면 뭐가 힘든건데?"
"모욕감."
"그래서 어쩌려고?"
"어떻게 하긴. 그가 원하는 대로 해야지."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릴라에게 은근히 물었다.
"그렇지만 적어도 잠자리를 같이할 때는 좋지 않아?"
릴라는 불편한 듯 얼굴을 찌푸렸다가 이내 표정이 심각해졌다.
릴라는 남편에 대해 다 포기한 투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적대감도 복수심도 혐오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차분한 모멸감만 느껴질 뿐이었다. 릴라는 흙탕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더렵혀진 스테파노를 멸시하고 있었다.
릴라는 말투를 바꿔서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릴라는 사진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시 가든까지 나를 찾아온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어차피 그 자식에겐 자신이 물물교환의 대상일 뿐이라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릴라가 온 것은 임신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였다. 릴라는 한참동안 안절부절못하면서 임신이 절구통에 집어넣어 으깨버려야 할 물건인 것처럼 이야기했다. 냉혹하기 그지없는 단호한 말투였다.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임신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했다. 사내들이 우리 몸속에 자신의 물건을 쑤셔 넣으면 우리 몸은 살아 있는 인형을 담은 고깃덩어리로 된 상자로 전락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게 내 안에도 들어 있어. 소름기치는 일이야. 끊임없이 구역질이 나. 내 배가 아이를 못 견뎌 하는 거야. 좋은 생각을 해야 한다는 건 알아.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것도. 그런데 잘 되지 않아. 정신을 차리지도 못하겠고 생각할 만한 좋은 일도 없어."
릴라는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힘주어 깍지 끼며 내게 물었다.
"질리올라가 내 사진이 저절로 불타올랐다고 말하고 다니는 거 너도 들었지?"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질리올라가 원래 너를 안 좋아하잖아."
릴라는 백치같이 웃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심기가 뒤틀린 것 같았다.
"여기 눈 뒤가 아파. 뭔가가 누르고 있는 것 같아. 저기 저 칼들 보여? 날이 서 있지? 지금 막 칼갈이에게 맡겼었거든. 살라미 햄을 자르면서 사람의 몸에 얼마나 많은 피가 흐르는지 생각하곤 해. 너무 많은 것을 욱여넣으면 뭐가 되든 망가지는 법이야. 그렇지 않으면 불꽃이 일고 불타오르게 되는 거지. 그 사진이 불타버려서 다행이야. 결혼식도 가게도 구두도 솔라라 형제도 모조리 태워버렸어야 했는데."
나는 릴라가 아무리 필사적으로 반항하고, 노력하고, 자기 생각을 주장해봤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혼식 첫날부터 릴라는 통제할 수 없는 불행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불행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었다. 나는 그런 릴라가 가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 진정하라고 하자 릴라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 해."
"나를 좀 도와줘."
"어떻게?"
"내 곁에 있어줘."
"그렇게 하고 있잖아."
"아니야. 나는 네게 비밀이 하나도 없어. 가장 추악한 생각까지도 감추지 않아. 그런데 너는 네 얘기를 거의 하지 않잖아."
"그렇지 않아. 내가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 사람은 너뿐이야."
릴라는 강하게 고개를 저어보이면서 말했다.
"네가 나보다 뛰어나고 나보다 아는 것이 많아도 나를 떠나지는 말아줘."
"레나,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오빤 항상 밖으로 싸돌아다니는걸. 지금은 갑자기 영화니 소설이니 예술에 꽂혀서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아. 들어와봤자 아버지에게 욕하고 싸우기나 한다고."
니노가 이성을 되찾았다는 소식에 마음이 놓였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영화와 소설과 예술이라고? 사람이 변하는 것은 정말이지 한순간인가보다. 관심을 보였던 분야도 감정도 쉽게 변하는가보다. 번지르르한 말을 또 다른 번지르르한 말로 대체하면 그만이다. 시간은 겉으로 보기에만 관련이 있는 단어들의 흐름일뿐이고 결국엔 말이 많은 사람이 이기게 되는 것이다.
<중략>
나는 내 생활에 더욱 집중했다. 밤낮으로 쉴 새 없는 빡빡한 일정을 짰다. 그해 나는 미친듯이 공부에 집착했다. 보수가 꽤 두둑한 개인 과외까지 맡았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해온 것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공부에만 열중했다.
과거에는 날 놀라운 미지의 여역으로 끊임없이 이끌며 일탈시키던 릴라가 있었다. 이젠 원하는 것은 내 스스로 이루고 싶었다. 얼마 안 있으면 19세가 될 것이니 이제는 정말로 그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그 누구도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을 이해했는지 이야기해봐요."
교수님은 몇 분 동안 내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는 듯했다. 그러다 갑자기 내 말을 중단시키더니 잘 가라고 퉁명스레 인사했다. 교수님의 태도로 미루어볼 때 내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 같았다.
나는 펑펑 울었다. 정신을 놓고 있다 가장 전도유망했던 내 일부분을 어딘가에 두고온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절망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말 뛰어난 아이가 아니란 것은 이미 알고 있지 않았던가. 그래, 진정 뛰어난 것은 릴라지. 진정 뛰어난 것은 니노야. 나는 그저 오만방자했을 뿐이다. 이번에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른 거야.
그런데 의외로 나는 시험에 합격했다. 이렇게 해서 나는 내 방과 매일 폈다 접었다 힐 필요가 없는 침대와 책상과 모든 책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수위의 딸인 나 엘레나 크레코는 태어나고 자란 우리 동네를, 나폴리를 19세의 나이에 혼자서 떠나게 되었다.
불현듯 '거의'라는 단어가 마음에 와 닿았다. 내가 해낸 건가. 거의 그렇다. 나폴리에 있는 고향 동네에서 이제는 완전히 벗어난 건가. 거의 그렇다. 나는 교육 수준이 높은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과 친구가 되었는가. 거의 그렇다. 갈리아니 선생님이나 그녀의 아이들보다 더 수준 높은 아이들과 친구가 되었는가. 거의 그렇다. 시험에 시험을 거치면서 권위 있는 교수님들에게 인정받는 학생이 되었는가. 거의 그렇다.
'거의'라는 단어 뒤에 실상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두려웠다. 피사로 온 첫날부터 나는 두려웠다. 나는 '거의'라는 수식어를 붙일 필요 없이 자연스레 남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두려웠다.
노르말레 대학에 그런 학생은 많았다. 라틴어, 그리스어, 역사 시험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뛰어난 교수님들과 지난날 학교를 거쳐간 다른 모든 중요인사들처럼 대부분 남학생들이었다. 이들이 앞서나갈 수 있는 것은 힘겨운 학업의 현재와 미래의 목적을 이미 잘 알고 잇기 때문이었다. 집안이 좋거나 타고난 재능 덕분이었다. 이들은 신문이나 잡지를 만드는 방법도 알고 있었고 출판사 조직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라디오나 텔레비전 방송국이 무엇인지,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대학 서열이 무엇인지, 우리가 사는 작은 마을이나 도시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프스 산맥이나 바다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중요 인사들의 이름과 존경할 만한 사람은 누구고 경멸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이에 비하면 나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내겐 신문이나 책에 이름이 실린 사람은 모두 신처럼 보였다. 누군가 내게 부러워하는 목소리나 적의를 드러낸 채 저 사람이 바로 그 사람라든지, 저 사람이 바로 그 누구누구의 아들이라든지, 저 사람이 또 다른 대단한 사람의 조카라고 하면 나는 입을 다물거나 그냥 아는 척했다. 물론 이들이 언급하는 이름이 '정말로' 중요한 가문의 성이라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까지 그런 이름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고 그런 인물들이 대체 무슨 중요한 일을 했는지도 몰랐으며 명망 있는 사람들 간의 관계도 알지 못했다. 예컨대 아무리 시험준비를 열심히 해도 어떤 교수님이 내게 갑자기 "내가 어떤 계보를 통해서 이 대학에서 이 과목을 가르치게 됐는지 학생은 알고 있나?"라고 묻는다면 나는 십중팔구 대답힞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학생들은 그 배경을 다 알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나는 이들 사이에서 실수하거나 틀린 이야기를 할까봐 두려워하며 지낼 수밖에 없었다.
프랑코가 내게 반했을 때 그 두려움은 많이 누그러들었다. 그는 나를 이끌어주었다. 나는 그가 이끄는 대로 움직이는 법을 배웠다. 프랑코는 명랑하고 배려심이 깊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뻔뻔할 정도로 두려움이 없었다. 자신이 읽은 책은 다 옳고, 자기 생각도 옳다는 확신이 있기에 언제나 권위 있게 이야기했다.
나는 사적인 자리에서나 가끔은 공적인 자리에서도 프랑코의 명성에 기대어 말하는 법을 배웠다. 솔직히 나도 말은 꽤 잘했다. 적어도 실력이 좋아지고 있었다. 그의 강함에 기대어 가끔은 그보다 더 대담한 태도를 취해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게 능력이 없을까봐, 말실수를 할까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잘 아는 사실에 대해서 내가 얼마나 무식하고 경험이 없는지 드러날까봐 불안했다.
프랑코가 원치 않게 내 인생에서 떨어져나가는 순간 두려움이 다시 몰려왔다. 마음속 깊은 곳에 이미 자리 잡고 있던 생각이 옳았단 것이 증명됐다. 그동안 프랑코의 부유함과 높은 교육수준, 학생들 사이에서의 명망 높은 좌파청년이라는 그의 지위와 사교성, 권력자들에게 대항한단 애용을 대학교 안팎에서 균형 있게 연설하는 그의 용기와 아우라가 그의 애인이며 여자친구이며 동료였던 나에게까지 자동적으로 확장되었던 것이다. 그가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 자체가 내 능력의 공식적인 인증서였던 셈이다.
그랬던 그가 대학교에서 쫓겨나 그의 명성이 사라지자 나도 그 후광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좋은 가문 출신의 학생들은 이제 일요일마다 나를 그들의 파티나 소풍에 초대하지 않았다. 몇몇은 다시 내 나폴리 억양을 놀려대기 시작했다. 프랑코가 내게 선물했던 모든 것은 이제 유행이 지난 한물간 물건이 되어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내 삶에 들어온 프랑코의 존재가 내 현실을 잠시 가려 주었을 뿐, 전적으로 바꿔놓은 것은 아녔다는 사실을 꺠달았다. 나는 다른 이들과 완전히 동화된 것이 아니었다. 기를 쓰고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얻고 어느 정도의 호감과 존중을 받기는 했지만 당당한 태도로 터득한 지식에 대한 최고의 결과를 보여주는 학생축엔 끼지 못했다.
나는 평생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다. 말을 잘못할까봐, 너무 과장된 어조로 말할까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을까봐, 옹졸한 마음을 들킬까봐,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할까봐 평생 두려움에 떨며 살아갈 것이다.
순간 나는 내가 거기까지 릴라를 찾아간 것이 교만심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좋은 마음에 애정을 가지고 한 행동이기는 하지만 그 긴 여행이 결국 릴라가 잃어버린 것을 나는 얻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릴라는 내가 자기 앞에 나타난 순간 이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래서 동료와의 마찰과 벌칙금을 낼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지금 내게 내가 얻은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살아가면서 승리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자신의 인생은 나만큼이나 다양하고 무모한 모험으로 가득하며 시간은 그저 별 의미 없이 흘러가기 마련이니 가끔 이렇게 만나 한 사람의 머리 속에 떠오른 터무니 없는 생각과 다름 사람의 머리속에 메아리치는 정신 나간 생각을 나누는 것도 좋지 않겠냐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는 포옹하고 뺨에 입을 맞췄다. 나는 다시 찾아오겠다고 했다. 다신 릴라를 잃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진심이었다. 릴라는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그래. 나도 널 잃고 싶지 않아."
릴라도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몹시 흥분한 상태로 공장을 떠났다. 마음 속으론 릴라를 두고 떠나는 것이 괴로웠다. 릴라가 없으면 내게 아무런 중요한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란 과거의 확신이 되돌아왔다. 그러면서도 릴라의 몸에서 나는 기름내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그곳을 떠나고 싶었다. 급히 걸음을 옮기다 참지 못하고 한 번 더 릴라에게 인사하려 뒤를 돌아보았다. 릴라는 모닥불 옆에 서있었다. 옷차림 때문에 여자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릴라는 <푸른요정>을 들춰보다 종이 묶음을 불 속에 던져버렸다.
6. 사랑하는 습관 -도리스 레싱 (2/17)
하지만 이렇게 결정을 내린 뒤에도, 아니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 뒤에도, 제리는 자기도 모르게 바위 위에서 일어나 앉아 물을 내려다보았다. 그 순간 지금이야말로, 코피가 이제 막 그쳤고 머리는 아직 욱신거리지만 지금이야말로 그 일을 시도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하지 않으면 영원히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제리는 고글을 쓰고 단단히 조인 뒤 물이 새어 들어오지 않는지 시험해보았다. 손이 덜덜 떨렸다. 제리는 자신이 들 수 있는 가장 큰 돌을 골라서 들고 바위 옆으로 미끄러져 서늘한 물 속에 절반쯤 몸을 담갔다. 나머지 절반은 뜨거운 햇볕을 받고 있었다. 텅빈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며 한 번, 두 번 가슴에 공기를 채웠다. 그리고 돌멩이와 함께 바다 밑바닥으로 빠르게 가라앉았다. 그는 돌멩이를 놓고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양손으로 구멍 가장 자리를 잡고 머리를 안으로 들이밀면서 어깨를 꿈틀거려 모로 누웠다. 그러면서 몸이 앞으로 나아가게 발장구를 쳤다.
"아내는 머리가 좀 이상해요." 프랜시스가 아내를 고갯짓으로 가리키며 명랑하게 말했다. "바다에서 보낼 3주간의 휴가를 위해 옷을 만드는 데 1년의 절반을 쓴다니까요. 나머지 절반은 이런저런 잡동사니를 모아 크리스마스 선물을 만드는 데 쓰고요. 아내가 하는 일은 그것뿐이에요."
"직접 정성을 들인 선물을 사람들한테 주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데." 베티가 말했다.
"당신이 그런 식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걸 내가 막을 생각은 없어." 프랜시스가 말했다. "난 막을 생각 없어. 그건 당신이 알아서 할 일이니까."
"남자들은 우리가 해주는 일을 고맙게 생각하지 않아요." 베티가 눈물을 애써 참으며 메리를 동맹으로 끌어들이려 했다. "제가 열심히 애쓰지 않으면, 우리는 지금처럼 좋은 사람들을 친구로 사귈 여유가......"
하지만 메리 로저스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선 뒤였다. "난 이제 좀 졸린 것 같네요. 잘 자요, 클라크 부인. 잘 자요, 클라크씨." 메리는 남편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리를 떴다.
토미가 서둘러 일어나서 계산을 하고 젊은 부부에게 황망히 인사한 뒤 아내의 뒤를 서둘러 따라갔다. 빌라로 이어진 가파른 오르막길로 접어드는 지점에서 그는 아내를 따라잡았다. 하늘에서 별들이 눈부시게 반짝이고, 야자수들이 가벼운 산들바람에 유혹적으로 흔들렸다. "그게 무슨 짓이야?" 그가 성을 내며 말했다.
"난 그런 걸 참고 들어줄 성격이 아니야." 메리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높고, 눈물이 가득했다. 토미는 깜짝 놀라서 그녀를 보고는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다음 날에도 그는 낚시를 하러 갔다. 메리에게는 휴가가 이미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바닷가에 나가지 않고 짐을 쌌다.
저녁에 그가 말했다. "그 사람들이 어제의 답례로 우리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어."
"당신은 가. 난 피곤해."
"그래, 그럼." 그는 반항하듯 말하고는 나가버렸다. 그리고 밤 늦게야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기차를 타야 했다. 두 사람은 휴가가 끝난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여행가방을 들고 기차역에 서있었다. 메리는 아무것도 아쉽지 않았다. 기차가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올라탔다. 토미는 전날 밤에 만나 얼굴을 익힌 것으로 보이는 수많은 영국인들과 플랫폼에서 악수를 하고 있었다. 기차가 떠나기 직전에 클라크 부부가 수영복 차림으로 달려와서 작별인사를 했다. 메리는 차창을 통해 뻣뻣하게 고개만 끄덕하고는 계속 짐가방을 정리했다. 기차가 출발하자 남편이 안으로 들어왔다.
차 안에 사람이 가득해서, 대화를 나누지 않는 핑계가 되어주었다. 침묵이 끈질기게 이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토미가 불안한 표정으로 아내의 기색을 살피며 날씨에 대해 몇 마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기차가 북쪽으로 갈수록 날씨가 계속 나빠지고 있었다.
파리에서 다섯 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다.
두 사람은 강가의 노천시장을 걷고 있었다. 메리가 질그릇 판매대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저 커다란 그릇." 그녀가 새로이 활기를 띤 목소리로 외쳤다. "저 커다란 빨간색 그릇. 저거, 크리스마스트리에 달면 딱 좋겠어."
"그렇겠네. 마음에 들면 사." 토미는 무한한 안도감을 느끼며 즉각 맞장구쳤다.
"행복?" 로즈는 이 단어를 시험해보는 것 같았다. 그러다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가끔 당신 말이 너무 웃겨." "뭐가 웃긴데? 당신은 유머감각이 전혀 없어. 그게 당신 문제야." 하지만 이렇게 자신을 놀리는 말에 반응하는 대신, 로즈는 이 말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뒤 대답했다. "내가 웃는 건 뭔가 웃기니까 그런거겠지. 전에 아빠도 나더러 유머감각이 없다고 말하곤 했어.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했지. '내가 웃기다고 생각하는 게 아빠가 웃기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재미있지 않다고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세요?" 지미가 잠시 가만히 있다가 비꼬듯이 말했다. "당신은 웃어도 웃는 것 같지 않아. 고약하게 보인다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내가 행복하냐고 물었더니 당신이 웃었잖아. 행복하다는 말의 어디가 웃긴 건데?" 이제 그는 진심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로즈는 이번에도 그의 바람처럼 웃음을 터뜨리거나 그 덕분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는 말로 안심을 시키는 대신 진지하게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결론을 내리듯 말했다. "음.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네. 사람들은 행복이나 불행을 말하지. 뭔가 어려운 말도 하고. 그리고 당신이 하는 말도 있어. 여자는 이렇다. 남자는 저렇다. 일부다처제가 어쩌고저쩌고.... 음........" "음?" 지미가 다그치듯 말했다. "음. 그게 나한테는 그냥 웃겨." 로즈가 힘없이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기분, 즉 삶의 위험성과 슬픔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단어를 찾을 수 없었다. 노인의 머리에 폭탄이 떨어지고, 화물트럭이 사람을 죽이고,전쟁은 계속 이어지고, 그가 돌아오지 않는 밤이면 그녀는 혼자 앉아 몇 시간이고 울어대면서 자기가 왜 우는지도 모르고, 높은 창문에서 어둡고 파괴된 거리를 내려다보는 삶. 도시는 전쟁의 그림자로 어두웠다.
7.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지즈코 3/4
오쿠모토는 호색한이 여성 혐오적이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는데, 이 수수께끼를 해석하자면, 남자들이 '남성됨'이라는 성적 주체화를 이루기 위해 '여성'이라는 타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모순을 그들도 민감하게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이 성적으로 '남성'인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여자라는 시시하게 불결하며 이해 볼가능한 생물에게 욕망의 충족을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 그 사실에 대한 남자들의 분노와 원한이 바로 여성 혐오의 내용일 수 있다.
'성녀'와 '창녀'는 여성 억압의 두 가지 형태일 뿐이며 양쪽 모두 허울 좋은 '타자화'에 지나지 않는다. 성녀는 '창녀 취급하지 말라'며 창녀에 대한 멸시를 드러내고 창녀는 '양가집 부녀자'와 달리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직업 부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는 걸 통해 '아마추어 여성'의 의존성과 무력함을 비웃게 되는 것이다.
여성 혐오는 비교에 의해 강화된다. 비교한다는 것은 '비교 가능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비교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양측이 비교 가능한 공약수를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젠더나 신분의 차이가 변경 불가능한 운명으로 받아들여지는 곳에서는 '구별'은 있어도 '차별'은 없다. 같은 인간으로서 공약될 수 있는 분모가 생김으로써 비로소 차별을 부당하게 여기는 심성이 생겨나게 된다. 성차별 그 자체는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왔으나 근대는 비교에 의해 역설적으로 성차별을 강화하였다.
일부 소녀들이 매춘행위에 몰두함으로써 '아무 존재도 아닌 자신'을 벌주고 그것을 통해 '특정한 존재'로 확립하려는 절망적 시도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소녀들 중 많은 수가 성직자나 교사 같은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단 사실도 발견한다. 그녀들은 자해나 스스로에게 벌을 주는 행위를 통해 자신을 무력화한 아버지에게 복수를 하고 있던 것이다.
나카무라 우사기만큼 자신을 '민망한 여자'라 부르는 여자도 없다. 정말로 그녀는 '민망'할까? 쇼핑 중독증, 호스트클럽 중독, 성형 수술, 나아가 출장마사지(성매매) 체험까지, 자신의 여성성 가치를 확인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를 상품화하는 그녀의 퍼포먼스를 보며 나는 드래그 퀸을 떠올린다. 여성스러움을 극대화하여 연출하는 드래그 퀸. 이성애 제도 안에서 여성성 가치를 추구하는 모습을 연기하는 그녀가 의식하는 시선은 오로지 여성 독자의 시선이기 때문이다.
드래그 퀸이란 여성스러움을 과잉 연출함으로서 젠더 허구성을 코미디 재료로 삼는 게이들의 여장 전략을 가리킨다. 이와 같은 식으로 나카무라 우사기도 여성성의 가치 상승을 위한 노력을 과장되게 표현함으로써 희화화를 노린다. 퍼포먼스를 통해 '여성'이라는 젠더 허구성을 까발리고 더불어 그 허구에 멋대로 욕정을 표출하는 자동 기계 같은 남성의 욕망을 철저하게 웃음거리로 만들어 보인다.
"예쁘시네요."라는 말을 들으면 나카무라는 이렇게 대답한다고 한다.
"네. 성형했거든요."
이런 대답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깜짝 놀라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고 했다. 자기 얼굴을 마음껏 가지고 논 결과 그녀가 얻게 된 것은 '내 얼굴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게 되었단 사실'이라고 말하낟. 휼륭한 견식이다. 용모의 미추가 자신에게 속해있지 않다는 사실, 여성이라고 하는 젠더가 '여장'에 의해 성립된단 것을 나카무라는 드래그 퀸처럼 퍼포먼스를 통해 내보인 것이다. 이것이 해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자발적인 매춘을 자기 처벌적 자해 행위로 인식하는 시각은 원조 교제 소녀들에 대한 해석에도 공통으로 들어가있다. 그 해석 역시 가족 관계 내에 머무른다. 아버지에게 사랑과 기대를 받으며 자란 딸은 아버지와 동일화하려고 하나 '아버지의 딸'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딸'일수 밖에 없으며 '아들'이 될 수 없다. 자신은 불완전한 아버지 밖에는 될 수 없단 걸 알고 딸은 아버지와의 동일화를 방해하는 여성신체를 벌하려 한다. 이 경우 매춘은 자벌이 된다. 한편, 아버지에게 지배를 받으며 아버지를 혐오하는 딸은 아버지에 속해 있는 자신의 신체를 '더럽힘'으로써 아버지를 배신하고 아버지에게 복수하려고 한다. 이 경우 매춘은 타벌이 된다. 이러한 자벌이나 타벌 모두 딸의 자해 행위를 통해 달성된다.
a씨는 회사에서 출세하여 능력있는 여자로 칭찬받고 싶단 '아버지의 딸'로서의 남성적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남성 성욕의 대상으로서 선택받고 싶단 여성적 욕망도 가지고 있었다. 두 경우 모두 남성은 승인을 부여하는 자의 위치에 있다.
승인을 부여하는 자의 모순은, 그가 승인을 구하는 자에게 깊이 의존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여성 혐오란 그 모순을 간과한 남자들이 느끼는 여성에 대한 증오의 대명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8. 그녀의 눈물 사용법 -천운영 (2/27)
내가 죽어 먼길을 떠나 어디엔가 도착해야 한다면 내가 쓴 소설 속으로 들어가겠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시간을 거슬러 기억 저편의 그림 속으로 가는 과정일 테니까. 그러니 이것이 누가 쓴 것이든 태우지 마시라. 내가 쓴 것, 그 속에 내가 있다.
그들은 정말 집요하고 치밀해. 우리집 한복판에 설치했던 그 기례를 생각하면 소름이 끼쳐. 그건 우리 낙원의 공기를 측정해주는 기계라고 했어.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난 뒤에, 그 기계에 표시된 수치와 그들이 정상이라고 규정지은 수치를 비교해서 보여주었어. 우리가 숨쉬는 공기 속에는 안 좋은 세균들이 득실거린다고. 우리는 평균치의 몇십배나 많은 세균들 속에서 살고 있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했어. 우리의 낙원이 세균으로 득실거리는 불행의 공간으로 전락하는 순간이었어. 그것은 우리의 불행을 표시하는 명백한 증거물이었어.
우린 낙원에서 쫓겨났어. 마치 선악과를 먹은 이브처럼 말이야. 우리가 누렸던 행복은 불쾌한 것이고, 부끄러운 것이고, 그러니까 버려야 하는 무엇이었어. 정말 그랬어? 정말 그때가 행복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어? 그들이 제시한 새로운 행복이 정말 행복이라고 생각해? 우린 그 새로운 행복을 찾아 낙원을 포기하고 만 거야.
9. 삿뽀로 여인숙 -하성란 (2/29)
"모네예요."
발소리도 없이 김정인이 다가와 있었다. 면도 후에 바르는 화장품 냄새가 뒤따라왔다.
"그렇게 가까이서 보면 물감 얼룩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아요."
주춤거리면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가 내 어깨를 잡고 사무실 제일 끝으로 데려갔다.
"카미유와 장이 산책하고 있습니다. 양귀비 밭을."
그제야 얼룩으로밖에 보이지 않던 붉은 물감들이 살을 데일 듯한 붉은 꽃잎으로 살아났다. 양귀비꽃을 본 적이 없었지만 그건 분명히 양귀비일 것이다.
덕수궁으로 향한 창에도 블라인드가 내려지고 형광등까지 꺼져있어 그의 방은 어두컴컴했다. 형광등을 켜려다 그만두었다. 짐작으로 어둠을 더듬어 모네의 그림 앞에 섰다. 알루미늄 프레임이 어둠 속에서 희번뜩 빛났다.
"카미유와 장이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양귀비밭을."
중얼거리며 물걸레를 그의 책상 위에 척 올려놓았다. 물걸레에서 튄 물이 얼굴에 와 닿았다. 한 발을 때려는데 느닷없이 어둠 속에서 나타난 손이 내 종아리를 움켜쥐었다. 손가락이 아래로 내려와 내 발목에 머물렀다.
"이런. 아를로의 처녀군. 아무것도 신지 않았잖아."
부스럭거리며 그가 소파에서 일어나 앉았다. 내 발목을 쥐었던 그의 손은 자연스럽게 내가 입은 모직 스커트 밑으로 들어와 있었다. 활짝 편 그의 손바닥이 아주 천천히 나일론 스타킹 위로 오르내렸다. 어둠이 눈에 익으면서 서서히 그의 윤곽이 드러났다. 알루미늄 프레임 속의 양귀비밭은 흙탕물이 점점이 튀어 마른 얼룩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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