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로 겨울 학기가 끝났다. 6주의 시간이었다. 20개가 넘는 소설을 읽었고 하나의 소설을 합평 받았으며 쉬는 시간 동안 퇴고를 해볼 참이다. 근데 마지막 수업이, 마지막 수업에서 선생님이 한 말이 잊혀지지가 않고 하루종일 머리 한 구석을 차지한 채로 맴맴 떠든다. 글을 왜 쓰느냐. 그리고 지금 왜 그 글을 썼느냐. 지금 이 시대의 읽는 사람들에게 그 글이 왜 필요하냐.
글을 왜 쓰느냐는 말은 소설을 쓸 때마다 고민한다. 내려지는 결단은 비슷하다. 수업을 들으면서는 좀 더 속물적인 느낌으로 형태가 드러났지만. 나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이랑 함께 하기 위해서 소설을 쓴다. 너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야. 나도 이런 생각을 했어. 니가 이상한 게 아니고 여기에 이런 사람도 있어. 이렇게 소리치고 다른 사람들이랑 소통을 하려고, 그러려고 소설을 쓴다. 너랑 비슷한 내가 여기 있음을 알아봐달라고. 그때 느껴지는 것이 위로든 공감이든 교훈이든, 뭐든간에. 나를 좀 봐달라고. 이거 같이 하자고.
참 애달프다.
원래는 이렇게 애달프진 않았다. 나는 내 이야기들을 보면서, 내 소설을 읽으면서 사람들이 나는 이렇게 살지 말아야지 교훈을 얻거나 내가 뭐 특이한 나쁜 놈은 아니었네 하고 안도하거나 그래 나도 이런 적 있었어 하고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짧게는 이십여분 길게는 몇 시간을 걸려 읽을 내 소설을 읽고 잠깐의 다른 생각이라도 들었으면 좋겠다고. 처음에는 그 정도의 감정이었다. 물론 그보단 끝까지 읽어주는 게 제일 기쁘겠지만. 어쨌든 나 좀 봐달라고 씁니다 보다는 뭐가 남는 소설을 쓰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이게 더 났잖아. 이건 애달프지 않고 괜찮잖아.
근데 실은 아니다. 난 뭐가 남는 소설을 원한 게 아니다. 나에 대한 관심을 원했다. 이런 기분 느껴본 적 없어요? 저만 느꼈어요? 이런 적 진짜 없어요? 이게 공감이 안 가요? 나만 이러는 거 아니죠? 나는 내가 했던 것과 할 것과 느꼈던 것과 느낄 것들을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이랑.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너무 좋아한다............ 인류를 끔찍해하면서 인류를 사랑한다. 한국이 싫으면서 한국이 좋고 지구가 혐오스러운데도 지구를 아낀다.
이게 내가 가을 학기와 겨울 학기를 들으면서 신나게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가장 첫 번째 이유이자 약간의 궁극적인 이야기이다. 뭐 더 들으면 바뀔 수도 있다.
이 수업의 스물 몇명의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얘기해주는 것도 이렇게 기쁜데 -비록 돈을 지불했지만- 도대체 더 많은 사람들이 내 소설을 읽어주면 난 얼마나 더 기뻐진단 말인가. 얼마나 더 벅찬 감정을 느낄까. 얼마나 더 행복할까. 상상이 가지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내 소설을 읽고 리뷰를 써주면 그게 혹평이든 호평이든 너무 행복할 것 같다. 내가 너무 관심종자인가.
지금도 스물 몇명의 분들이 혹평을 하든 호평을 하든 얘기만 해주시면 그게 나는 참 좋다. 내 소설을 끝까지 읽어주다니. 너무 좋다.
그치만 지금 왜 그 글을 썼느냐. 지금 이 시대의 읽는 사람들에게 이런 소설이 필요한가.
이 질문을 듣자 나는 아주 작아졌다.
사실 왜 소설을 쓰세요? 하는 질문보다 이 질문이 더 더 더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왜 지금이냐고요... 왜 필요하냐고요....
나는 왜 이 질문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을까. 왜 나여만 하는가에 대하여서 왜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을까. 아주 자신만만한 인간이고 참 근거 없는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인간이다. 취업 준비할 때 나라는 인간이 이 회사에 왜 필요한지는 그렇게 여러 번 여러 문장으로 바꿔썼으면서 소설을 쓰면서 왜 나라는 인간이 독자들에게 필요한지는 고민을 한 번도 안 해봤단 말이지. 왜 그랬니. 왜ㅋㅋㅋ?
이건 진짜 오늘부터 고민해본다. 왜 나여야 하는지. 나랑만 할 수 있는 소통이 뭔지. 왜 나랑 놀아줘야 하는지. 그런 거~
잘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장점. 같은 거라도 다이어리에 하나씩 써봐야 하나. 그런 거 대학교 교양 수업 때 이후로는 써본 적이 없는데요...
하지만 나는 쓰는 걸 멈추지는 않는다.
우선은 쓰는 것. 2019년도의 내 목표다. 모르겠고, 생각하지 말고, 우선은 쓰는 것.
일단 지금은 lonely night 이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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